수상한 외화송금 10조…털어보니 1조 더 나와

입력 2022-09-22 17:26   수정 2022-09-23 01:26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간 ‘수상한’ 외화 송금 규모가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여 전 추정치보다 1조원가량 늘었다. 금융당국과 검찰 등은 이 자금의 실체를 밝히고 금융회사와 관련자의 불법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일본·중국으로 흘러들어가
금융감독원은 국내 12개 은행에서 확인된 이상 외화 송금 규모가 72억2000만달러이고, 혐의 업체는 82개 사(중복 제외)라는 중간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10조108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중간 집계치(65억4000만달러, 65개 사)보다 6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수상한 외화 송금 규모는 금감원이 잠정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계속 불어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6월 20억2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거래를 보고했지만, 금감원은 현장검사에 착수한 결과 실제 송금 규모가 33억7000만달러로 나타났다고 7월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모든 은행권으로 조사 범위를 넓힌 중간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때 이상 거래 액수가 65억4000만달러로 늘었다. 은행별로 혐의 업체를 교차 검증하는 등 추가 점검한 결과 이날 이상 송금 자금이 72억2000만달러로 불어난 것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별 이상 거래 규모를 보면 신한(23억6000만달러), 우리(16억2000만달러), 하나(10억8000만달러), 국민(7억5000만달러), 농협은행(6억4000만달러) 순이었다. 자금이 흘러 들어간 국가를 추적한 결과 홍콩이 71.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일본(15.3%) 중국(5.0%) 등 순이었다. 송금 통화 비율은 미국 달러가 81.8%로 압도적이었다.
○“필요시 10월 이후 검사 연장”
대다수 거래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여러 법인과 개인을 거쳐 국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금융권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를 무역대금 결제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적발한 82곳의 혐의 업체 중 18곳은 상품종합 중개·도매업이었다. 여행 관련업(16곳)과 화장품 관련업(10곳)도 적지 않았다.

45개 사는 5000만달러 이하를 송금했지만, 3억달러 이상을 보낸 법인도 5곳이나 됐다. 40개 업체는 한 개 은행을 통해 송금했지만, 나머지 42곳은 복수의 금융사를 통해 외화를 보냈다.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12개 은행의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자금 흐름을 추적해 실체를 규명하는 한편 은행의 책임 여부도 따져볼 계획이다. 증빙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해줬거나 특정금융정보법상 고객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엄중한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과 공조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검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달 이상 거래에 연루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전날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자금세탁 활용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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